거제시 시민소통플랫폼 함께거제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의 부모님 안부 속에서 점점 더 자주 들리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보입니다.

부모님, 부모님 친구분들 등...

저 또한 마찬가지고, 우리가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심각한 현실, 바로 부모님들의 우울증입니다.

그동안 마음 한편에 품고 있던 걱정들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이렇게 글로 옮겨봅니다.

전국적으로 65세 이상 노년층의 우울증 유병률이 5-10%에 달하지만, 정작 전문적인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는 분들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정신과"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리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혼자서 마음의 병을 키워가고 계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에 거제시가 앞장서서 노년층(부모님 세대) 전문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제안드립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노년기 우울증에 특화된 전문 상담사와의 1대1 개별상담입니다. 노년기 우울증은 젊은 층의 우울증과는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건강염려증, 과도한 죄책감, 기억력 저하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공포 등 노년기만의 특별한 심리적 어려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 상담사는 이러한 노년기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고유한 상황과 감정을 세심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퇴직 후 정체성 혼란을 겪고 계신 남성 어르신들, 배우자와의 사별로 깊은 상실감에 빠진 분들,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고민하시는 분들, 그리고 가족 간의 갈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계신 분들까지 각각에게 맞춤형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족 간의 갈등은 노년기 우울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성인 자녀들과의 가치관 차이, 며느리나 사위와의 관계 갈등, 손자녀 양육 방식을 두고 벌어지는 세대 간 충돌, 재산 문제로 생기는 형제자매 간의 불화 등이 어르신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갈등들이 "가족 일"이라는 이유로 혼자서 끙끙 앓으며 감내하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모님 세대(어르신)분들이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까지는 높은 심리적 장벽이 있습니다. 그래서 참여에 대한 실질적인 동기부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매 회차 상담을 완료하실 때마다 거제사랑상품권 1만원을 지급하거나, 건강 관련 실용품을 증정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거제시가 어르신들의 정신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표현입니다.

자료를 찾아봤더니, 보통 상담 프로그램은 8-10주 과정으로 설계하되, 초기 1-2주차에는 라포 형성과 현재 상태 파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이 평생 쌓아오신 삶의 경험과 지혜를 존중하면서, 현재 겪고 계신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드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전문 심리 상담사분들이 고령층, 초고령층 어르신들이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는 부정적 사고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 오랜 인생 경험 속에서 겪으셨던 어려움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해오셨는지 함께 되돌아보기를 바랍니다. 또한 현재 가지고 계신 강점과 자원들을 재발견하여 남은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실 수 있는 방향을 찾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상담 과정에서는 우울증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적인 평가도 함께 진행되면 좋겠지요. 노년기 우울증은 치매의 초기 증상과 혼동되기 쉽고, 심한 경우 자살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필요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연계 치료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서, 어르신들이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혼자서 끙끙 앓지 마시고, 전문가와 함께 마음의 짐을 나누면서 내면의 평화를 되찾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서비스가 완전 무료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거제시가 어르신들의 정신건강 지킴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거제시가 부모님 세대(노년층) 정신건강 지원의 선도적 모델을 만들어, 우리 어르신들이 인생의 마지막 장을 외롭고 우울하게 보내시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치유를 통해 내면의 평안을 찾으시고 여전히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한 분 한 분의 마음에 찾아온 봄이 우리 거제시 전체에 따뜻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습니다.